큰 구름 사이의 깊이 패인 틈 아래...
아직은 밝게 빛나고 있다고 말하려는듯 보름달의 빛이 내리운다.
하지만 이윽고 그 틈은 점점 좁아지고,
그 좁아지는 빛 아래, 어두운 그림자는 두 명의 소녀를 감싸안는다.
붉은 머릿결이 아름다운 푸른 눈의 소녀 ' 시르벨리 '
" 아시타유스를...돌려줘... "
가녀린 소녀는 눈물로 표출되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외친다.
" 아시타유스를...제발...돌려줘... "
다시 한 번...조금 더 크게 외친다.
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은발의 긴 머리칼을 한 소녀는,
시르벨리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듯이 차가우면서도 왠지 음울한...
그러한 미소를 잔잔히 띄울 뿐이였다.
" 아유를...아유를 돌려달란 말이야-!! "
붉은색의 트윈테일은 긴 은발머리를 향하여 대검과 함께 달려갔다.
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슬픔과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분노가
결국 억누르지 못하고 표출된 것이다.
" ...... "
그 외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, 은발의 소녀는 미간을 좁히고
눈에 힘을 주며 시르벨리를 응시한다.
" 크악- "
이윽고 외침과 함께 달려오던 소녀는 목을 잡히고 땅에 쳐박히고 만다.
설상가상으로 자신의 대검을 빼앗겨 자신의 얼굴 옆에 박히었다.
은발의 소녀는 시르벨리의 숨통을 조금씩 세게 조이며,
차가운 입술을 떼며 말을 하였다.
" 그 입 다물어-! 아시타유스를 지킬 힘도 지켜야 할 의무와 이유도 없는 주제에-! "
차갑고 비수를 찌르는 듯한 그녀의 말에,
시르벨리는 그 말에 저항하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발버둥을 친다.
그 행동은...시르벨리에겐 반항을 의미하였지만, 은발소녀에겐 쓸떼없는 저항에 불과하였다.
" 이거놔-!! 나는...나는...!! "
" 그렇게 발버둥 쳐봤자 소용없어. 이대로 가라앉게 해줄께. 그래..이렇게 죽어도 문제 없잖아... "
시르벨리의 발버둥에 그녀는 약간의 희열과 광기가 서린 듯한 눈으로 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한다.
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.
은발의 소녀의 이름은 헬베르트...
' 헬베르트 츠바인. '
시르벨리의 또 다른 존재이자 또 다른 인생, 또 다른 영혼...
은발의 그녀는 그렇게 붉은 포니테일 소녀의 이면에서 살아왔다.
항상 ' 시르벨리 ' 라는 존재가 자신의 앞을 가로 막았고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버렸다.
그러한 피드백이 계속 반복되어왔고, 이젠 자신이 보상 받아야 할 때라고 믿는다.
그러하기에 시르벨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들을 하나하나씩 모두 곁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.
' 그래...이걸로...나는...나 자신은...
자유를...그래...이제 자유를 보상 받을 수 있어... '
헬베르트는 이렇게 생각하며 시르벨리의 숨통을 점점 멎게 만든다.
그리고 시르벨리의 눈은 서서히 죽음의 늪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.
" 거기 너...나의 소중한 여동생한테 무슨 짓거릴 하는거냐... "
헬베르트와 시르벨리의 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검은 울프컷의 남자가 말한다.
만신창이가 되어 피를 흘리고 있지만, 눈에는 살기가 엿보였다.
" 말도 안돼...그 불길에서 나올 수 있을리가...! "
헬베르트는 당황해 하는 눈빛으로 그 남자를 노려보며 말한다.
" 물론...나올 수 있을 리가 없겠지...보통의 인간이라면... "
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입가에 서서히 비웃는 듯한 실소를 지었다.
" 하지만...이 몸이...이 키엔기르 님이...그딴 곳에서 죽을꺼라고 생각했던거냐-?! "
그 순간 키엔기르의 스켈레톤들이 땅을 박차고 일어섰다.
주변에 수 없이 깔린 스켈레톤들의 뒤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.
그 사이로 검은 말을 타고, 검은 갑주를 장착한 데스나이트들이 스켈레톤들 앞으로 나타난다.
" 네 놈이 기어코 시르벨리를 죽이려고 들다니... "
키엔기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.
" 용서 같은건...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... "
다 삼키지 못한 분노를 이를 가는 것으로 표출하며 헬베르트를 노려보았다.
" 네 놈에게 방법은 단 2가지. "
역시나 이를 갈며 외친다.
" 여기서 이 몸의 언데드 부데에게 죽는 것,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..."
" 나의 손에 죽는 것이다. "
키엔기르의 말을 끊으며 헬베르트 앞의 공간이 열리면서
안경을 쓴 갈색의 풀어 헤친 롱 헤어의 남자가 나타났다.
" 라우론...살아있었던건가... "
헬베르트의 두 눈의 초첨이 흔들리다가 사라졌다.
그 순간 헬베르트의 손에 힘이 풀렸고, 시르벨리는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쿨럭거렸다.
" 시르벨리는...내가 데리고 가마. "
라우론은 시르벨리를 조심스레 안고 공간의 일각으로 사라졌다.
" 이...이럴 수는 없어...이...이런 일이... "
헬베르트는 천천히 일어서며 자신을 넓게 둘러 싼 스켈레톤 병사들과 데스나이트들을 보며 당황하였다.
아니...이 것은 당황이 아니다...
절망...오직 ' 죽음 ' 뿐이 답인 절망적이고 헤어 나올 수가 없는 길...
그 절망을 직시하였다는 것을 깨달은 헬베르트의 모습은 공포심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한 은발소녀에 지나지 않았다.
헬베르트가 절망하는 틈을 타 라우론은 키엔기르 옆으로 공간을 열어 시르벨리를 안고 나왔다.
" 그 보다 네놈은...그런 걸 계속 쓰면은 위험한거 아닌가...? "
" 어설픈 조언과 충고 따위는 너만 손해라는걸 아직까지도 모르는거냐...흥... "
" 그런가...훗... "
키엔기르와 라우론은 잠시 사진들을 비웃으며 헬베르트를 응시하였다.
이미 결과는 나와있다.
시르벨리를 구출하는데 성공하고.
남은 것은...
앞에 서 있는 헬베르트를 처리하는 것 뿐.
" 나는... "
헬베르트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.
" 싸우겠다는건가? 이 몸의 언데드 부대에게 저항해봤자 네 놈은 죽거나 사라질 뿐이다. "
키엔기르가 전투대기 명령 손짓을 하자
언데드 부대는 전투태세에 돌입. 헬베르트를 경계하기 시작한다.
" 나는...나는...나는...! "
헬베르트는 시르벨리의 대검을 들며 전투태세에 돌입하였다.
" 그 것이 네 놈의 마지막 모습이다. "
" ...너 다운 방식이군...헬베르트...그럼 나도... "
키엔기르와 라우론은 헬베르트를 보며 말하였다.
" 큭...고작 이 정도의 아공간 이동으로...이 몸이... "
하지만 라우론은 자신의 입으로 피를 토해내고 말았다.
그런 모습의 라우론을 키엔기르가 바라보면서 말하였다.
" 흥...역시 네 놈은 약해빠졌어. "
그와 동시에 키엔기르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검지를 헬베르트를 향해 가리킨다.
" 닥쳐, 시스콘... "
" 너나 입 다무시지, 로리콘. "
언데드 부대는 무서운 속도로 헬베르트를 향해 전진, 또 전진 한다.
" ...... "
라우론에게 안겨있었던 시르벨리는 눈을 뜨면서 라우론을 바라보았다.
" 시르벨리, 정신이 들었냐? "
" 시르벨리-! "
" 라우론...키엔...헬베...르트...는...? "
라우론과 키엔기르는 시르벨리가 눈을 뜬 것에 기뻐하였지만,
정작 그 당사자는 자신을 죽이려고 한 자를 찾고 있었다.
" 헬베르트는...? "
" 그 녀석은 지금 처형중이다. 죄목은 ' 널 죽이려한 죄 ' 다. "
키엔기르가 매정한 말투로 말하자, 시르벨리는 라우론에게서 내려와 언데드 부대를 바라보았다.
전장 한 가운데의 소녀.
자신의 대검을 든 모습은 당차지만 공포에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.
" 헬베르트... "
시르벨리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.
어째서일까.
분명 자신을 죽이려고 했는데...
자신을 죽이려고 한 자가 죽음에 맞닺드렸는건데...
왜 자신이 슬퍼지는걸까...
" 나는-! 살아서-! 자유를-!! "
하나하나의 외침에 대검을 휘두르며 언데드 부대, 죽음의 유혹을 뿌리치는 헬베르트.
하지만 그 수많은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.
이곳저곳 피가 흐르고, 화살도 몇 군데 박혀서 움직이기가 힘들어졌다.
" 헬베르트... "
시르벨리는 그러한 헬베르트의 모습을 응시하며 점점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.
" 시르벨리-! "
라우론이 그녀를 잡으려고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고 만다.
" 너... 어디가는거야-! "
키엔기르 역시 움직이기는 커녕 서있는 것이 고작이었다.
" 헬베르트-!! "
붉은 포니테일의 소녀는 피로 물들은 은발 소녀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한다.
" 나는...살아서 자유를... "
자유를 갈망한 그녀의 강한 집념이 일순간의 고통을 잊게 해주었고,
계속 싸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죽음이란 공포에 필사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.
" 헬베르트-!! "
시르벨리는 언데드 부대 사이를 뚫고 들어와 헬베르트를 껴안았다.
" 시르...벨리...?! "
자신을 껴안는 시르벨리를 본 헬베르트는 당황한 눈으로 바라본다.
" 시르벨리-!!! "
" 시르벨리-!!! "
키엔기르와 라우론이 외친다.
" 빨리 저 언데드 부대를 사라지게 해, 키엔기르-!!! "
" 닥쳐, 라우론! 지금 하려고 하는거 안보이냐고-!! "
라우론의 외침에 짜증이 난 키엔기르는 윽박을 질렀다.
" 헬베르트...나...난... "
" 시르벨리...어째서... "
시르벨리와 헬베르트의 눈빛이 교차한다.
둘은 다르다...
하지만 같아보인다.
어째서인지 그녀들은 알지 못하였다.
그 순간 앞쪽에 있던 데스나이트가 두 소녀의 머리위로 검을 내리치려 하였다.
" 시르벨리-! "
헬베르트는 몸을 돌려 자신의 등에 검을 베였다.
" 헬베르트-!!! "
시르벨리가 소리친다.
두 소녀를 에워싸고 있던 스켈레톤들과 데스나이트들은 점점 사라진다.
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만이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.
헬베르트가 주저앉는다.
시르벨리 역시 헬베르트를 힘껏 껴안으며 주저앉는다.
헬베르트의 눈은 점점 감기려고 한다.
" 헬베르트, 안돼-! 정신차려-! "
" ...... "
시르벨리는 있는 힘껏 헬베르트를 흔들어 보았지만, 그에 대한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.
" ....시르... "
초점이 흐려지는 눈으로 간신히 시르벨리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한다.
" 응...응-!! 나...나 여기 있으니까-! 그러니까-! "
시르벨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리는 채 웃는다.
" ....고마워... "
" 그런 말 하지 말아줘, 헬베르트-!! "
" ..그리고... "
" 안돼, 말하지 말아줘... "
" ....안녕.. "
시르벨리의 간절한 애원에도 불구하고,
헬베르트는 ' 안녕 ' 이라는 말과 함께 시르벨리의 몸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.
" 헬베르트-!!! "
시르벨리는 헬베르트를 더욱 더 세게 끌어안으며 소리쳤다.
하늘은 그 두 소녀의 참담한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검은 구름 사이로
보름달의 빛이 한 없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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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 아, 회장~ 좋은 아침이예요. "
" 응. 오늘도 좋은 아침이군. "
여러 학생들과 아침 인사를 하며 등교하는 시르벨리.
" 회장, 오늘도 지각이세요. 어제 제가 그렇게 말씀을 드렸었는데-! "
" 아우~ 미안해, 헬베르트~ "
푸른색 포니테일을 한 소녀가 회장의 머리를 출석부로 ' 툭 ' 치며 화난 듯이 말한다.
- 2009/06/21 21:01
- apology.egloos.com/1531537
- 덧글수 : 1



덧글
만두군 2009/06/22 07:41 # 답글
다시보니 다시 쓰고 싶은 생각도 나긴하는데....막장전개라 - _-;;;